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는 간단한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단순한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디어와 정치, 대중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입니다.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반응하며, 왜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무심한 듯 던지는 작품입니다.
진실을 가리는 미디어, 그리고 그 편안함
영화 초반에는 두 천문학자가 지구와 혜성이 충돌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고 방송에 출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심각한 소식에 놀라거나 즉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에 휩쓸려 과학자들의 절박한 경고는 우스운 소동처럼 소비될 뿐입니다. 이 장면은 뉴스가 더 이상 진실과 사실 전달의 역할보다는 오락 콘텐츠로 변질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오늘날 뉴스의 본질은 더 이상 정보 전달이 아니라 ‘클릭’입니다. 미디어 플랫폼은 시청률과 트래픽에 집착하고, 기자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제목을 만드는 데만 급급합니다. 무엇이 중요한가보다는 무엇이 더 자극적인지가 우선이 됩니다. 영화 <돈룩업>에 등장하는 미디어 역시 이 흐름을 고스란히 따릅니다. 웃음과 가십에 밀려, 진짜 위기는 조용히 잊혀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보다는 가벼운 오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보다는 감정이, 데이터보다는 느낌이 우선시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무거운 메시지는 가장 조용한 장면 속에서 드러납니다.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보지 않으려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재난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위기라는 것을 영화는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진실은 드물다
영화 속 사람들은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혜성의 존재를 두고 서로 대립합니다. 혜성을 보느냐 보지 않느냐가 아니라,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로 바뀌어 버립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구호는 어느새 정치적 슬로건이 되고, 과학적인 사실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견처럼 취급됩니다. 마치 현실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누듯, 객관적인 진실조차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만 찾아보려 합니다.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 확인하는 과정보다,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알고리즘은 이런 정보 소비 패턴을 더욱 강화하고, 결국 우리는 각자의 ‘필터버블’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돈룩업>은 이 어지러운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한 채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경향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사회는 결국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런 무관심이 개인에게는 편안함을 줄지 몰라도, 공동체 전체에는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분명히 경고합니다.
웃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풍자
영화는 블랙코미디 형식을 취하지만, 웃음 뒤에는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대통령은 위기를 정치적 계산의 도구로 사용하고, 기업가는 위험조차도 기술적 수익으로 바꿔버립니다. 사람들은 SNS 해시태그와 유명인의 연애에 열광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문제에는 무관심합니다. 모두가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믿는 순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완성됩니다.
<돈룩업>의 강점은 과장을 통해 현실을 정확히 비춘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영화 속 상황이 황당무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실제 뉴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기억이 하나쯤 떠오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영화가 지닌 힘입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날카로운 풍자 말입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누군가 해결하겠지’라는 생각이 쌓이면 공동체는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비판과 풍자 속에서도 우리에게 작은 자각을 촉구합니다.
<돈룩업>은 혜성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